성미가 급하기로 소문난 최 부자가 섣달 그믐날(음력 12월 마지막날) 마을 앞 개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젊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뭘 하고 계시오?"
"앞마을에 가려는데 물이 불어 줄어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아따! 영감님, 어느 세월에 기다리고 있을 셈이오?"하며, 젊은이는 급히 물에 뛰어들어 개울을 건넜다. 자기보다 성미 급한 젊은이를 보고 성미 급한 사윗감을 고르던 최 부자는 잘됐다 싶어 그 젊은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딸과의 혼례를 종용했다.
그러자 젊은이는 "언제 택일을 할 때까지 기다립니까?
당장 오늘 밤 혼례를 치르도록 하지요"라고 말했다.
최 부자는 정말 성미 급한 사윗감을 얻었다고 흡족해 하며 그 날밤 딸과 예를 갖추도록 했다.
신방에 불이 꺼지고 얼마 되지 않아 새해 아침이 밝았다.
그 때 신방에서 고함소리가 나고 신랑이 최 부자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작년에 결혼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태기가 없는 여자와 어떻게 일생을 같이 합니까?"
그러면서 젊은이는 훌쩍 길을 떠나고 말았다. 최 부자는 탄식했다.
"아뿔싸, 성미가 급해도 너무 급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