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목(散木)이 재목(材木)보다 나은 이유
  • 2013.11.10 20:28:00
  • `장자(莊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목수(木手)의 명인(名人)이 제자 하나를 거느리고 재목을 찾아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거대한 아름드리 상수리 나무 하나를 만난다. 가지도 잘 뻗어나고 울창하며 그 아래 신당(神堂)도 차려져 있었다. 제자가 보기에는 훌륭한 재목감 인데도 스승인 목수는 힐끗 곁눈질만 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이었다. `와와, 이렇게 좋은 나무는 여태껏 본 일이 없다'고 탄성을 질렀지만, 모른 체하고 걷기만 한다. 제자가 뒤쫓아가 물었다. 왜 저 좋은 재목을 두고 모른 체하십니까 하고-. 이에 스승은-, `바보 같으니라구. 저 나무는 쓸모없는 거목이야. 쓸모가 없기에 베임도 당하지 않고 저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던 거야' 했다는 이야기다. 
    쓸모가 없어 아무도 탐 내지 않고 버림받은 채 자라난 나무를 `산목(散木)'이라 한다. 재목(材木)의 반대 말 인 것이다. 재목이라 함은 쓸모가 있는 나무를 뜻한다. `재(材)'란 글씨를 뜯어보면 `재(才)'가 있는 `목(木)'-. 곧 나무로서 재능(才能)이 있는 것이 재목이며, 이 말을 그대로 사람의 경우에 전용하여 쓸모가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재목이니 재목감이니 한다. 그렇다면 산목(散木)은 쓸모 없고, 재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장자의 산목론(散木論)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심오한 진리를 암시해 주고 있다. 
    재목감은 미처 크게 자라기도 전에 베임을 당하지만 산목(散木)은 방임되어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고 또 재목은 기껏 대들보나 기둥으로 틀에 박혀 제한된 쓰임새 밖에 안 되지만 산목은 짙은 그늘을 던져 주어 나그네를 쉬게 해주고 또 상수리 열매로 다람쥐며 새를 불러들이고 까치며 소쩍새의 깃을 들이게 해주며 신령까지 불러 들여 숱한 사람들의 절을 받는다. 당장에 쓸모가 드러나는 재목 처럼 사느니보다, 방임되어 산목 처럼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은 것이며, 또한 긴 눈으로 보면 재목 보다 산목의 쓸모가 한결 다양하고 절실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는 무한한 능력과 개성이 잠재 돼 있게 마련인데도, 그 많은 능력 가운데 작은 하나에 불과한 지능(知能) 하나만을 입학 시험이라는 계산기로 산출, 수직화 하여 재목감이니 아니니 틀에 박으려는 요즈음 풍토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지능=재목'이라는 등식 신앙(等式 信仰)의 열병에 장자의 산목론은 해열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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