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도별곡
  • 조회 수: 178, 2013.06.20 10:41:46
  • 작가 조연경씨의 작품 중에 `효도별곡'이란 콩트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두집 부부는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수요일 3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따로따로 만두집으로 들어선다든가, 식탁에 마주앉아 서로 쳐다보는 표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오는 편이었지만, 비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만두를 시킨 뒤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먹을 생각도 않고, 마치 이별을 앞둔 젊은 연인들처럼 안타까운 눈빛으로 서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상대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다시 눈이 마주치면,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였습니다.

    만두집 부부는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부지간 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만약 부부라면 매번 만두집에 따로 나타날리도 없고, 만날때마다 그처럼 서로 애절하게 쳐다보다가 헤어질 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관계를 옛날 `첫사랑'의 관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몸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기에 나이 들어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의 연인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젊은 시절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의 아쉬움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그날 따라 할머니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두 하나를 집어 할머니에게 권했지만 할머니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이곤 했습니다. 한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만두 값을 치룬 할아버지는, 그날 만큼은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만두집을 나섰습니다. 곧 쓰러질 듯이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마치 병아리를 감싸듯 감싸안고 가는 할아버지―그 두 노인의 뒷모습이 왠지 가슴 아프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발길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수요일도, 또 그 다음 수요일에도 두 노인은 영영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만두집 부부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어느 수요일 정각 오후 3시에,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만두집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얼굴은 예전과는 달리 몹시 초췌해 보였고, 진심으로 반가와하는 부부를 향해 할아버지가 답례로 보인 웃음은 울음보다 더 슬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만두집 여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만두집 부부는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치 독백하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서는, 부부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첫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어엿한 부부지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수원에 있는 큰 아들의 집에서,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의 집에서 각각 떨어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두 분의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식들이 싸운 결과였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자기 혼자만 시부모를 모두 모실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서는 바람에, 아들들이 공평하게 한 분씩을 모시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서울과 수원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세시만 되면 마치 견우직녀처럼 그 만두집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온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천국에서는 같이 살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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