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창 거창고등학교 교장 간증
  • 조회 수: 101, 2012.12.22 14:49:59
  • 그 분이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첫 번째 부름을 받은 곳이 폐교 직전에 있던 거창에 있는 한 학교였습니다. 교장에 취임하기 위해 서울에서 거창으로 내려가 그 다음날 교장 취임식을 가졌을 때 전교생 이백여명의 학생 중에서 취임식에 참석한 학생은 겨우 여덟명이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다 인근 학교로 가버렸습니다. 그는 빚더미 학교를 인수하고 나서 확고한 신앙심에 바탕을 둔 신념을 지닌 선생들외에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한 선생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선생들의 월급을 삼만환으로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삼만환마저도 지불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얼마 안되어 학교의 어 려운 사정을 안 선생들은 교장을 찾아와서 자진해서 월급을 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교장으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희망의 빛을 보았다고 술회했습니다.


    월급을 자진해서 반으로 줄인 선생들의 열정은 불꽃처럼 타올랐습니다. 보충수업을 서로 하려는가 하면 수업시간도 서로 맡으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꽁보리 밥만 삶아 먹다가 그것도 없으면 국수를 삶아 먹고 그것도 없으면 감자를 삶아 먹었습니다. 그마저 없으면 굶었습니다. 선생들의 뜨겁고 숭고한 열정에도 아랑곳없이 학교 재정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전임교장이 남긴 빚의 이자가 날로 불어났습니다. 매일같이 빚쟁이들이 교장실로 들이닥쳐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 많은 부채 중에는 정부 기관으로부터 대부받은 것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기관으로부터 학교를 차압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았습니다. 그는 교장실 문을 닫고 의자 앞에 엎드려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기도는 천정 이상 더 올라가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밤을 새워가면서 기도를 해봐도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는 교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 운동장 한 가운데 서서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외쳤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있습니까? 없습니까? 만약 있다면 내 기도를 듣고나 계십니까? 내 기도에 응답을 하실 겁니까?

    차압 기간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응답은 없었습니다. 그는 견디다 못해 하나님과 최후 담판을 하기로 작정하고 거창읍에서 40리쯤 떨어진 웅양면에 있는 굴을 찾아 갔습니다. 일주일 작정하고 금식기도를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모든 불평을 다 털어 놓았습니다. 하나님, 내가 거창에 돈을 벌려고 왔소? 아니면 내 명예를 위해서 왔소? 복음을 전한다고 당신이 보내서 왔지. 그런데 왜 학교 운영할 만한 돈을 주지 않습니까? 만약 빚을 못 갚아서 제가 거창서 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나가면 누가 더 창피하겠소? 하나님이 더 창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하나님 제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성경과 찬송가 외에 평소 탐독하던 우찌무라 간조의 로마서 주석과 담요 한 장만을 가지고 산에 온 그는 성경을 읽다가, 찬송을 하다가, 우찌무라의 책을 읽다가 너무 피곤하고 답답하면 잠깐 동안 눈을 붙이면서 나흘 동안을 하나님께 애걸복걸 하였지만 아무 도움도 없었습니다. 마음만 더욱 초조하고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나흘째 되던 날 오후에 그는 더 견디지 못하고 동굴에서 나와 그 앞에 있는 바위위로 올라갔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바위 위에선 그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이고 무엇이고 다 집어치우고 하나님이 없다는 광고를 일간 신문에다 큼지막하게 내고 싶었습니다. 고향에 마지막 남아있는 전 재산인 논 열세 마지기를 다 팔아서라도 광고를 내서 다른 사람은 하나님에게 속아서 피해를 입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래는 깊은 골짜기였습니다. 그는 문득 학교에서 배운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 지구는 자전을 하면서도 공전을 한다는데 그 속도는 제트기로 백두산과 한라산을 한 시간에 오갈 수 있는 속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털털 소리가 나고 어지러울 텐데 아무소리도 없이 털털거리지도 않고 아주 조용하게 달리지 않는가. 기계는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소리가 없고 또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큰 지구가 이렇게 빨리 달리는데 그것도 자전을해가면서 소리 하나 나지 않고 부드럽게 달리는 그 배후에는 이 지구를 지으신 분이 없단 말인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바로 그때, 해는 함양 쪽에 있는 산 너머로 막 넘어가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석양의 아름다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산능선에 걸린 태양은 장엄하다 못해 신비로웠습니다. 어디 그뿐인가,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연두빛 잎새들의 생명의 윤기, 저녁 노을에 비친 풀잎과 나뭇잎은 한 폭의 그림 이상의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영창아, 이 아름다운 그림의 배후에 화가가 없을까? 화가 없이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어둠이 서서히 짙어지자 주위의 새들이 울기 시작하고 이름 모를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들렸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그것은 자연이 완벽한 화음을 이루어 빚어내는 아름다운 합창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영창아, 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가 없을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찬송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하나님께 숙연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한 것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다시는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제 빚을 다 갚아 주시든지 갚아 주시지 않든지 거창고등학교에서 일하겠습니다.’ 기도를 하는 그의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기도를 마친 그는 그날 밤 굴속에서 평온하게 잠을 잤습니다. 학교에 돌아오니 미국에서 온 전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 구좌에 2,050불...’ 곧장 서울로 올라가서 달러를 바꾸어 정부 기관의 빚을 다 갚았습니다. 학교 채무로 깊은 흑암에서 고통 받던 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빛이 비치었습니다. 그가 무겁게 멘 채무의 멍에에서 그를 해방시키셨습니다. 무거운 채무의 멍에를 메고 고통을 겪는 한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시지 않는 하나님은 역시 한민족 공동체가 겪는 어두움의 고통도 외면하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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